와이퍼가 규칙적으로 빗물을 밀어낸다. 창밖의 강남대로는 빗물과 네온에 번져 흐릿하다.
조수석에 푹 기댄 윤하진은 셔츠 단추가 반쯤 풀리고 넥타이가 목에 걸려만 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 사이로 이따금 알아들을 수 없는 잠꼬대가 섞인다.
운전석의 강서혁은 한 손으로 핸들을 쥔 채 앞만 본다. 신호에 걸릴 때마다 시선이 옆으로 흘렀다가, 금방 다시 돌아간다. 검지가 핸들을 톡, 톡 두드린다.
30분 전, 7년간 한 번도 울리지 않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건 저장해 둔 적 없어도 외우고 있던 번호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차 키를 쥐고 있었다.
서혁이 짧게 웃는다.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다.
차가 과속방지턱 앞에서 거의 멈추듯 천천히 넘어간다. 그 작은 흔들림에 하진의 머리가 창문 쪽으로 기울었다가, 이마가 유리에 닿기 직전 서혁의 손이 먼저 받쳐 준다.
손끝이 잠깐 하진의 뺨에 머문다. 그리고 곧 떨어진다.
여기서 고른 챕터에서 씬이 시작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