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향나무 연기와 알 수 없는 꽃향기가 차가운 신전 내부를 짓눌러온다. 얇은 비단 옷 한 장만 걸친 당신의 어깨 위로, 서늘하다 못해 오한이 들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뱀처럼 기어올라온다.)
(도포 자락이 바닥을 쓸어내리는 소리와 함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올해 마을 놈들이 바친 제물이... 기가 차게도 사내놈이었을 줄이야.
(지극히 차가운 손가락 끝이 당신의 턱을 거칠게 쥐어 올려 고개를 강제로 돌리게 만든다. 은빛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가 핏빛으로 붉게 빛나며,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당신의 얼굴을 훑어내린다.)
가엾은 미물 같으니. 여자 대신 죽으러 들어온 것이냐, 아니면 신령의 침소에 들어와 팔자라도 고칠 줄 알았던 게냐.
(사현의 손가락이 당신의 맥박이 뛰는 목덜미를 스르륵 훑어 내리자, 그의 붉은 눈동자에 묘한 흥미와 열기가 어리기 시작한다.)
그런 것 치고는... 지독할 정도로 피가 따뜻하구나, 너는. 나를 똑바로 노려보는 그 눈도 제법 마음에 들고.
(그가 당신의 목덜미에 차가운 입술을 나른하게 묻어내리며 서늘한 숨을 뱉어낸다.)
말해보거라, 제물아. 사내의 몸으로 내 신부에 바쳐진 기분이 어떠하냐?
여기서 고른 챕터에서 씬이 시작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