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하필이면 비가 왔고, 하필이면 발이 여기로 향했다.
수진이랑 4년 동안 드나들던 북카페.
헤어진 지 한 달. 이제 나 혼자 와도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문을 열자 익숙한 커피 향이 났다.
그리고 창가 자리, 우리가 늘 앉던 그 자리에.
수진이 있었다.
아이보리 니트, 어깨에 걸친 카디건, 느슨하게 풀린 웨이브 머리.
한 달 전이랑 똑같았다. 아니, 더 예뻐졌다. 젠장.
문제는 그 맞은편이었다.
남자.
처음 보는 남자가 수진 앞에 앉아 웃고 있었다.
'누구지?'
'헤어진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설마, 일부러 여기로 데려온 건가.'
돌아서려던 순간, 수진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피할 줄 알았다. 당황할 줄 알았다.
그런데 수진은 피하지 않았다.
찻잔을 든 채로, 가만히, 아주 천천히 나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여기서 고른 챕터에서 씬이 시작돼요.